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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는 시대는 갔다. 디지털 활용 능력을 키워라

AI·로봇 등 판치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정보 분석·활용 능력 중요
콘텐츠 생산·공유하는 수업 통해 거짓 정보 걸러내는 안목 기르고 …
사고력·문제해결력 함께 향상시켜
"자, 오늘은 '나의 꿈'에 대한 글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동영상까지 만들어 볼 거예요. 그럼 먼저 각자 자기 꿈에 대한 글을 써서 패들렛(Padlet·여러 사람이 올린 글이나 자료를 한 화면에 보여주는 웹 기반 서비스)에 올려 주세요.“
강사의 말이 끝나고 5분쯤 지났을까.  전자칠판에 띄워진 패들렛 화면에 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각각의 글을 살펴본 뒤 강사가 "자기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 글 아래 붙여라"고 말하자, 금세 글마다 사진이 붙었다. 이후 학생들은 자기 꿈을 잘 보여주는 사진·자료를 더 찾고, 꿈을 직접 소개하는 내용의 멘트를 작성해 녹음까지 마쳤다. 그리고 파우툰(PowToon·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을 활용해 이를 한데 조합,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완성했다. 처음 글을 쓰고, 동영상으로 제작하기까지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수업 모습이다.

 김묘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는 "최근엔 학생들이 자기만의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무료 툴(tool·도구)이 다양하다"며 "이런 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디지털 활용 능력을 길러주면, 게임·SNS에만 파묻히지 않고 더 유익하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미래 인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의 하나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코딩 교육 열풍이 불었지만, 상대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 작년부터 초등 4학년 자녀를 코딩학원에 보내는 학부모 김지영(40·서울 서초)씨는 "디지털 리터러시란 말을 들어본 적 있지만 정확한 뜻은 모른다"고 했다. 최근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꼽히면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앞으론 디지털 정보 읽고 활용 못 하면 사회서 '낙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정보를 읽고 이해하며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과거엔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디어(media) 리터러시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쓰였지만,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현재는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인다. 이숙정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 이션학부 교수는 "지금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능력, 디지털 공간에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코딩·소프트웨어 교육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일부로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봇·3D 프린터 등이 상용화될 미래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줄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어서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앞으로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며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차이에 따라 빈부 격차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낮은 수준이다.

 2015년 PISA(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나온 'ICT 친숙도' 조사 결과를 보면, OECD 국가 31개 중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기 사용 시 흥미·몰입도 30위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자신감 30위
▲디지털 환경에서의 상호작용 능력 31위
▲디지털 기기 관련 문제 해결 능력 30위를 기록했다.

PISA 성적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PISA 성적은
2012년 ▲읽기 536점 ▲수학 554점 ▲과학 538점에서
2015년 ▲읽기 517점 ▲수학 524점 ▲과학 516점으로 떨어졌다. 김혜숙 대구대 사범대학 교직과 교수는 그 원인의 하나로 시험 방식을 꼽는다. 김 교수는 "2015년 PISA가 지필 시험에서 컴퓨터 기반 시험으로 바뀌었다"며 "컴퓨터, 즉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지 못한 것이 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평가방식이 달라지고 있어요. 디지털 교과서가 상용화되고, 평가도 컴퓨터 기반으로 바뀌는 추세죠. 특정 과목이 아니라 전 과목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녹여서 가르쳐야 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해결력 키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는
▲디지털 시민의식(법·윤리 지키기)
▲디지털 콘텐츠 이용하기(필요한 정보 검색하기·거짓정보 거르기 등)
▲디지털 콘텐츠 분석하기
▲디지털 콘텐츠 생산하기
▲생산한 콘텐츠 공유하기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온라인상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의 참·거짓을 가리고,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인터넷에서 어떤 정보를 습득했다면 그 과정을 설명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보의 신뢰성을 따져보게 한다"고 했다. "예컨대 '2017년 최고 인기 과자'라는 주제를 주면, 어떤 학생은 신문에 나온 순위로, 어떤 학생은 SNS에 거론된 횟수로, 어떤 학생은 매출액으로 인기 순위를 매겨요. 각각의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아이들끼리 어떤 정보가 더 믿을 만한지 토론하게 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거짓 정보 등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요."
또 앞으로는 모두가 정보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된다.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은 물론 윤리 의식까지 함께 길러줘야 한다. 이때 '콘텐츠에 폭력적 내용을 담으면 안 된다'는 식의 단편적인 교육이 이뤄져선 안 된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청계천을 촬영한 사진·동영상 등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그 과정에서 '사진·동영상에 찍힌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식의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특정 주제나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실제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재구성한 뒤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까지 직접 해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기술 활용 능력을 함께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영상' 제작 방법을 가르치면서 '왕따 문제'에 대한 내용으로 만들게 하는 식이다. 그러면 문제발견력·문제해결력 등도 자연스레 커진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로 게임만 하는 이유는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이라며 "디지털 활용 기술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금세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이를 학교 수업이나 과제 등에도 자유자재로 적용하며 성과를 낸다"고 했다.
이런 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학부모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기기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길 게 아니라 '잘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코딩 교육보다 더 중요한 건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를 어떤 디지털 도구로, 어떻게 풀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에듀 이신영기자> <입력: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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